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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

'미련', '나는 너를' 부른 신중현 사단의 대표가수 장현

 

 

장현(본명: 장준기, 1945년 3월 5일 ~ 2008년 11월 30일)은  박인수, 박광수와 함께 우리나라 남성 소울 가수 트로이카 시대를 이끌었던 가수이다. 

경북 울진에서 2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울진 매화중학교 2학년 때 서울 청운중학교로 전학해 서울에서 청소년시절을 보냈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광이었던 그는 고3 때 부친이 타계하자 진로를 바꿔 일찌감치 무대로 진출한다. 장현은 스스로가 지은 예명으로 연예인이면 ‘장현’, 정치로 나간다면 ‘장민’으로 하겠다고 평소에 생각하고 있었던 이름이라고 한다. 

젊은 시절부터 명동 다운타운가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던 장현은 음악친구들과의 우애가 돈독했는데 무명이었던 그가 직업가수로 처음 섰던 무대는 대전에 있는 유성관광호텔 나이트클럽으로 이 역시 명동시절 음악친구였던 홍성일(대전주정의 아들)의 소개로 서게 됐다. 대전주정은 대전 지역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소문난 재력가 집안이었다. 이어 섰던 무대가 대구수성나이트클럽이다. 이 또한 음악친구이자 호텔 사장이었던 김정만의 소개로 이루어졌다. 당시 그의 주 레퍼토리는 빙 크로스비, 프랭크 시나트라 같은 스탠다드 팝으로 ‘워커 웨이’, ‘샌프란시스코’가 그의 주요 레퍼토리였다. 점차 노래 잘한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당시 함께 어울렸던 멤버 중 한 명이 김진성 PD였는데 그는 그 무렵 기독교 방송국에서 음악프로그램을 맡고 있었다. 그는 “장현을 비롯해 다들 명동에서 어울리던 음악친구들이었어요. 어느 날 대구의 정만이(대구수성나이트클럽 사장)가 부탁을 해요. 준기(장현의 본명)를 정식 음반 내고 활동하는 가수로 키워달라고... 정작 장현 본인이 아니라 친구들이 대신 부탁할 정도로 노래 실력이 뛰어났죠. 그래서 평소 가깝게 지내던 신중현씨를 만나 부탁을 하게 된 거죠.”라고 그시절을 회상했다. 

 

 

 


며칠 뒤 신중현은 노래를 직접 들어보겠다며 대구로 내려간다. 그곳 나이트클럽에서 노래하는 장현을 지켜본 뒤 그로부터 일주일 간 호텔에 머물며 그를 위한 노래를 만든다. 이때 만든 곡이 ‘기다려주오’를 비롯해 ‘안개 속의 여인’ 등 무려 다섯 곡이다. 이 노래들은 1970년 11월, 장현의 데뷔독집 <기다려주오/무소식이 희소식>에 수록, 발표된다.  
이 앨범은 총 10곡중 6곡이 장현의 노래이며 그외에는 임희숙,이정화, He6의 이미 발표한 곡을 재수록하었다. 2면 타이틀곡인 히식스의 '초원'을 뺀 나머지 9곡 모두는 신중현의 작 편곡 작품이다. 1면은 장현의 신곡으로 채웠다. 중저음의 매력적인 그의 음색은 신중현의 슬프고도 느릿느릿한 화성과 잘 어울렸다. 타이틀곡 '기다려주오'는 작곡가 신중현의 색깔이 강한 노래이며 '안개 속에 여인', '무소식이 희소식', '타향에서 만난 사람', '외롭지 않아요'등이 수록된 이 앨범의 히트로 장현은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석양

 

1972년에는 신중현이 이끌던 그룹 더멘과 함께 <장현 and The Men>이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발표했다. 앨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당시 그는 큰 인기를 얻은 신중현 사단의 간판 가수였다. 타이틀곡은 석양을 배경으로 한 앨범 재킷과 어울리는 장현의 히트곡 '석양'이었다. 이 곡은 중저음 보이스 컬러의 매력이 대중들에게 크게 어필되었던 노래이다. 
앨범 타이틀인 '석양', '안개속의 여인', '미련' 등은 장현이 불렀으며 그의 인지도를 이용한 음반사의 판매 전략으로 이 앨범은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당시 더 맨의 리드보컬은 한국 블루스 보컬의 선구자인 박광수였다. 상업적 성공여부와 상관없이 이 음반이 한국 록의 명반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박광수의 보컬이 담긴 2면을 꽉 채운 더 맨의 '아름다운 강산' 오리지널 버전과 금지곡'잔디'가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잔디'의 제목은 대마초를 상징하는 경상도 지방의 은어로 이 곡은 묵직한 박광수의 보컬, 가성으로 부른 신중현의 코러스, 더 맨의 사이키델릭 사운드 연주가 어우러진 한국 록의 숨은 명곡이다.  

 

 

미련

 

'미련'은 원래 1970년 여가수 임아영의 솔로 앨범에 처음 실렸던 곡이다. 하지만 임아영이 1장의 앨범만 발표한 후 결혼과 함께 은퇴해 버리면서 그녀의 '미련'은 거의 알려지지 못했다. 이 곡을 처음 부른 임아영을 비롯해 원작자인 신중현과 김추자, 홍민, 임창제 등 수많은 가수가 불렀다. 하지만 그 많은 버전 중에서도 장현의 노래는 최고로 꼽힌다.  
한편 장현의 '미련'은 2003년 흥행한 영화 <클래식>에 삽입되면서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영화 삽입곡은 원곡과 다른 버전인데 OST에는 수록되지 않았다.  

 

 

마른잎

 


1972년 장현은 솔로 2집<오솔길을 따라서/마른잎/나는 너를>을 발매했는데, 전곡이 신중현 곡으로 총 10곡이 수록된 이 앨범에는 '마른 잎', '안개를 헤치고', '나는 너를' 등의 히트곡이 수록되었다.  

 

 

나는 너를

 

이듬해인 1973년, 장현은 자신의 히트곡을 총망라한 편집 앨범인 <장현 힛트앨범 석양 / 미련>을 발매했다.
이 앨범은 정규 앨범이 아닌 베스트 앨범으로 신곡은 한 곡도 없이 10곡 모두 앞서 발표한 3장의 앨범에서 발췌한 히트곡이다. 이 앨범을 끝으로 장현은 신중현과 결별하고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기에, 실질적으로 그의 히트곡을 망라한 앨범이라고도 볼 수 있다. 

 

 

오솔길을 따라서

 

장현은 신중현 사단의 여러 가수 중에서도 가장 이질적이면서 개성 넘치는 보컬을 선보인 인물이다. 크게 보아 사이키델릭 록과 소울을 양 축으로 했던 신중현의 작품을 소화한 가수들은 대부분 감정을 격하게 토해내는 드라마틱한 창법을 구사했다. 반면 중저음의 매력적인 음색을 지닌 장현은 느리고 편안한 창법으로 노래했다. 
그는 감정을 폭발시키기보다는 감추고 절제했다. 그런데 그 덤덤함이 역설적으로 더 짙은 애수와 쓸쓸함을 구현했다. 그는 가장 독창적인 스타일로 신중현의 곡을 소화해낸 가수였다. 

 

 

안개속의 여인

 

 

펄시스터스, 이정화, 김추자, 김정미 등 이른바 ‘신중현 사단’의 대부분이 여성 가수로 채워진 가운데, 장현은 '봄비'를 부른 박인수와 '아름다운 강산'을 부른 박광수와 함께 신중현 사단을 대표하는 남성 가수로 꼽히는 인물이다. 장현은 신중현 음악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사이키델릭 록과는 사뭇 다른, 중저음 보컬의 매력이 돋보이는 블루지한 스탠더드곡들을 주로 불렀다. ‘신중현 식 록’을 ‘장현 스타일’로 소화해낸 가수였다. ‘미련’,‘석양’ 등의 노래들을 통해 감정이 격하지 않게, 적당히 생략해 부르는 담백함은 듣는 이들을 노래에 몰입하게 만드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신중현 사단의 핵심멤버로 히트곡 행진을 이어가던 그는 1975년, 이른바 ‘대마초 파동’으로 인해 가수 활동을 접고 
1976년 삼정봉제공업주식회사를 설립해 사업가로 변신해서 크게 성공했다.  그러나 1994년 위암4기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과 사업을 병행하다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무대에 서기도 했으나, 암이 폐로 전이되어 2008년 11월 30일 새벽, 폐암의 합병증인 폐렴으로 서울 원자력 병원에서 64세 나이로 별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