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화는 데뷔 이전 넉아웃 쇼 단원으로 활동했으며 종로 5가의 한 살롱에서 신중현을 만났다. 신중현은 미8군 무대에서 ‘노 아웃 쇼(No Out Show)’라는 패키지 쇼(밴드와 보컬리스트와 무희로 구성된 소규모 쇼) 단체를 이끌며 최고의 인기를 끌었는데, 이 때 보컬리스트로 활동하던 가수가 이정화이다. 당시 여자 가수가 한 명 필요했던 신중현은 신인 가수를 찾아다니다 TV 공개방송에 나온 걸 우연히 보고 발탁했다고 한다. 펄시스터즈나 김추자와는 달리 이정화는 미성의 보컬리스트로 폭발적인 열창보다는 청순한 음색으로 밴드의 각 연주파트와 편안하게 조화를 이루어 낭만적인 노래를 부른다.
이정화에 대해서 신중현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그룹 에드 포의 운영에 한계를 느껴 해산을 하고 미8군 무대 복귀를 결정 하였다. 새로운 밴드 결성에 있어 실력자들을 쉽게 영입할 수 있었으나 여성 보컬이 필요했다. 마땅한 적임자를 구하지 못해 애태우던 중 우연히 한 신인여가수가 무대를 보게 되었다. 나는 그녀의 실력에 반해 즉석에서 발탁하여 팀에 합류 시켰다. 그 여가수가 바로 이정화이다. 그때가 1966년으로 팀 이름은 ‘덩키스’였다. 우리는 8군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정화의 노래 실력이 아까워 나는 그녀를 위한 음반을 하나 만들기로 하였다. 우리 팀은 피나는 연습 끝에 1969년에 음반을 출시하였으나 불행히 대중의 반응을 얻지 못하고 사장되고 말았다. 우리는 크게 실망하여 각자 흩어져 ‘덩키스’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정화 역시 월남으로 떠난 뒤 다시는 국내무대에 복귀하지 않았고 그대로 잊혀져갔다.”
신중현은 자신의 음악적 관심사였던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본격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미8군 클럽의 넉아웃 쇼단에서 활동하던 당시 22세의 신인 가수 이정화를 객원보컬로 영입했다. 이후 이정화를 전면에 내세워 덩키스와 함께 음반을 제작했으며, 1967년 신향음향제작소를 통해 발매되었다. 이 앨범이 1966년 결성한 5인조 밴드 덩키스(Donkeys)의 공식 데뷔작이면서 신인 여가수 이정화의 데뷔 앨범 <꽃잎/봄비/마음>이다.
이 앨범은 신중현이 작곡과 연주를 주도하고 이정화를 메인 보컬로 내세워 제작한 음반이다. 비록 상업성까지 고려하여 여성 보컬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신중현이 이 앨범에서 임한 싸이키델릭을 구현하고자 하는 음악적 태도를 보여주었다. 이정화의 맑은 보컬 톤을 뒷받침해주는 덩키스의 사이키델릭 연주도 워낙 원숙하고 몽환적이었다.
이 앨범은 한국 대중음악에서 사이키델릭 록을 본격적으로 시도한 초기 작품 중 하나로 평가되며, 이정화의 담백하고 잔잔한 보컬과 신중현의 기타를 중심으로 한 사이키델릭한 연주가 결합되어 있다.
당시에는 이후 박인수와 김추자가 리메이크 했을때 보여준 강렬한 버전만큼 대중적인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후대에는 신중현이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한 초기 작품이자 한국 사이키델릭 록의 중요한 출발점 가운데 하나로 재평가되고 있다.
온갖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음반임에도 대중적 반응은 기대 이하였으며, 이에 신중현은 아예 앨범을 새로 만들다시피 해서 1969년에 한 번 더 음반을 내게 된다. 이정화/덩키스의 2집이 아니라 같은 음반의 재반(세컨드 에디션)으로 불린다.
이정화의 보컬은 당시 신중현 사단의 다른 여성 보컬리스트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힘을 과시하기보다는 담백하고 잔잔한 음색을 중심으로 한다. 이러한 보컬은 신중현의 기타와 대비되면서 음반 전체에 몽환적이고 서늘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음반의 가장 큰 특징은 보컬 중심의 대중가요와 장시간의 사이키델릭 연주가 한 음반 안에서 공존한다는 점이다. '봄비'와 '꽃잎'에서는 비교적 명확한 멜로디와 이정화의 보컬이 중심을 이루지만, '마음'에서는 긴 연주를 통해 신중현의 사이키델릭 록 실험이 전면에 등장한다.
이 음반 중에 특히 '봄비'는 이듬해 새롭게 결성한 그룹 퀘션스(Questions)의 음반에 박인수의 목소리로 재탄생되어 크게 히트했고, 나중에 '싫어'는 펄 씨스터즈가, ‘꽃잎'은 김추자가 불러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봄비'는 박인수의 '봄비'가 보다 강렬한 창법을 보여주는 것과 달리 오리지널 버전인 이정화의 '봄비'는 비교적 차분하고 잔잔한 보컬을 중심으로 하며, 신중현의 기타 연주가 이를 뒷받침한다.
'꽃잎'은 이후 김추자의 버전으로 잘 알려진 곡이지만 이정화가 처음 취입한 곡으로, 이후 한국 대중음악의 대표적인 신중현 작품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음반의 백미는 단연 '마음'으로 꼽힌다. 8분대의 '마음'은 긴 즉흥 연주를 통해 당시 한국 대중음악에서 보기 드문 사이키델릭 록의 면모를 보여준다. 재반에서 이 곡은 15분대까지 확장되며 더욱 실험적인 형태로 발전했다.
1969년 출시된 재반 <싫어 / 봄비>는 은근한 맛을 풍기는 이정화의 담백하고 여성적인 보컬과 잔잔한 음색은 편안한 여운을 안겨주었지만 불행하게도 대중의 반응을 크게 얻지는 못했고 앨범을 발매한 후 쇼단과 함께 월남 공연을 떠난 이정화는 국내무대에서 그대로 잊혀졌다. 하지만 이정화가 남긴 청아한 목소리는 이 귀한 음반으로 남아 신중현 음악의 초기 역사를 증명한다.
이 음반은 처음으로 음반 재킷에 신중현사운드 로고를 수록해, 펄시스터즈의 성공 이후 히트 작곡가로 성장한 신중현의 위상을 보여준다. 신곡은 '싫어' 1곡만 추가되어 있지만 총 6곡의 수록곡은 모두 '싫어', '봄비', '꽃잎', '먼길', '내일', '마음'처럼 두 글자 제목으로 구성했다. 일종의 콘셉트 음반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B면 전체인 마지막 곡 ‘마음’은 이 음반의 백미이며, 1970년 전후 대중을 사로잡은 한국 싸이키델릭 락의 정수다. 총 16분 35초간 초반과 끝부분에 이정화의 노래가 나오고, 중간에 9분정도 즉흥 솔로가 길게 전개된다. 기타 솔로, 오르간 솔로, 베이스 기타 솔로, 드럼 솔로 순이다. 특히 신중현의 기타 즉흥연주는 그 자체만으로 그가 한국 락의 전설임을 증명한다.
신중현의 첫 싸이키델릭 사운드가 담긴 이 앨범은 박인수의 '봄비', 김추자의 '꽃잎'등 두 명곡의 오리지널 가수가 이정화임을 보여주고 있다. 익숙한 박인수의 '봄비'가 거센 소낙비라면, 이정화의 오리지널 '봄비'는 가랑비로 비유된다. 은근한 맛을 풍기는 이정화의 담백하고 잔잔한 여성적인 음색은 밋밋하게 느낄 청자도 있겠지만 편안함을 안겨주는 은근한 매력이 있다. 박인수와 김추자가 들려준 강한 임팩트가 없기에 제작사의 기대와는 달리 앨범 발표 이후 당대 대중의 호응을 얻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이정화는 앨범에 소개된 '미8군 노아웃 쇼단 출신 부산출신 22세의 아가씨'라는 정보 외에는 알려진 기록이 거의 없는 신중현사단의 베일에 가려진 여성보컬리스트로 남아 있다.
1967년 <꽃잎/봄비/마음>
1969년 <싫어/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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