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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

'낭만'을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최백호

 

 

1976년 데뷔 이래 반세기 가까운 시간 동안 한국 음악계에 깊은 발자취를 남겨온 최백호는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영일만 친구’, ‘낭만에 대하여’ 등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킨 대한민국 대표 싱어송라이터이다. 특유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담담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목소리, 그리고 삶과 사랑, 이별과 낭만을 노래하는 진솔한 가사로 수많은 세대의 마음을 두드렸다. 
최백호의 음악 세계는 트로트와 포크, 발라드를 아우르며, 감성적이면서도 품격 있는 사운드로 사랑받아왔다. 

최백호는 1950년 4월 부산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많은 땅을 보유한 그 지역 최고의 ‘부농’이었고 아버지(최원봉)는 2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어머니도 시골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 그러나 최백호가 태어난 지 불과 5개월 만에 아버지가 타계하며 급격히 가정형편이 기울었다. 

 

최백호 어린시절(왼쪽)


최백호는 어릴 때부터 글짓기에 두각을 보였다. 초교 4학년 때 이승만 대통령 관련 글짓기 대회에서 동래군(현 기장군) 우승을 차지했고 그 외에 몇몇 글짓기 대회에서 돋보이는 성적을 거두었다. 이에 대해 최백호는 “글을 잘 쓴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글쓰기 외에 축구도 잘했다. 인터넷에선 최백호가 마라톤 유망주였다고 나오는데, 이에 대해 그는 “마라톤의 ‘마’자도 한 적이 없다”며 “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글 쓰고 축구하는 것 외에 어린 최백호를 사로잡은 또 하나가 그림이다. 만화를 좋아해서 그걸 흉내 내는 그림을 자주 그렸고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미술부에 가입해 사생대회 우승을 할 만큼 미술에도 재능을 발휘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로 가고 싶었지만, 가정형편이 갈수록 어려워져 결국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생계 전선에 뛰어들었다.  
스무 살,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극장 간판 그림 그리며 전전하던 시절 유일한 낙이 친구와 기타 치며 노래 부르는 일이었다. 그러다 대한민국 육군 사병으로 군 복무하던 중, 결핵에 걸려서 의병 제대하였다.  

1972년 그는 부산 근처의 일광 해수욕장 인근에서 싼 방을 구해 혼자 요양을 한다. 월세를 낼 돈이 떨어졌을 때 중고기타 하나만 들고 아예 산 속으로 들어가 오두막집을 지어서 기거했다. 2년 동안 그렇게 살았는데, 군대생활보다 훨씬 고통스런 인내의 나날들이었다. 죽도록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메모했다. 이렇게 몸을 회복하여 1973년 친구 매형이  자신의 호프집에서 노래하라고 권했다. 골목에서 딩동대던 생초보 실력으로 무대에 섰다.  
그 호프집에 들른 부산 MBC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진행하던 배경모 PD가 ‘더 큰 데서 노래해보겠냐’고 권했다. 부산 ‘틴 클럽’을 소개해줬고, 거기서 가수 하수영씨를 만나 친해졌다. 하수영씨가 서울로 올라가 데뷔한 후 나도 서울에 와 서라벌레코드에서 오디션을 봤다. 

 

 

 


1974년 서라벌레코드사의 오디션에 합격하여 서울로 올라온 그는 음반사에서 작곡가인 피아니스트 최종혁을 만났다.
이 시절 최백호는 명동의 술집에서 노래를 했고, 함께 음악하던 동료들과 술을 마셨다. 그 무렵, 돌아간 어머니를 생각하며 써놓은 글이 있었다. 이 글을 최종혁에게 보여주었다. 그는 글을 읽더니 말없이 접어서 뒷주머니에 넣고는 말이 없었다.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낙엽 지면 서러움이 더해요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요

눈길을 걸으며 눈길을 걸으며
옛일을 잊으리라

거리엔 어둠이 내리고
안갯속에 가로등 하나

비라도 우울히 내려 버리면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가을엔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요
하얀 겨울에 떠나요


일주일 뒤 비가 내리던 날 최백호는 명동 업소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비를 쫄딱 맞고 들어온 최종혁이 들어와서 피아노에 앉더니 건반을 두드렸다. 그러면서 읊조리듯 첫 소절을 불렀다. 가을엔,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최백호가 건네줬던 그 노래였다. 

노래를 듣는 순간, 최백호는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고 했다. 가사가 영혼을 얻어 노래로 승화된 느낌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최종혁에게 "이건 제가 부를 노래가 아니고, 패티김 같은 분이 불러야할 것 같은데요?"라고 말한다. 그러자 최종혁은 단호하게 말했다. "아냐! 이건 바로 네 노래야."  이곡은 어머니를 향한 절절한 사모곡(思母曲)이다.

 



1976년 12월 발매된 1집은 '내 마음의 노래'를 부른 윤정하와 함께 만든 스플릿 앨범이었다.
데뷔곡인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는 3개월 만에 6,000장이 판매되면서 가요계에 최백호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쟈?

 


1976년에 데뷔한 최백호는, 이듬해 첫번째 독집이자 2집을 발매하는데 '그쟈'와 '입영전야'  두 곡은 최백호 작사, 작곡으로 그의 또다른 실력을 확인시킨 히트곡이었다. 독특한 창법으로 연이은 히트를 하여 정식 데뷔 1년여 만에 톱 가수 반열에 올랐다.  

'입영전야'는 입대 전날 밤의 이별가다. 1977년 최백호가 작사·작곡해 탁성(濁聲)으로 불렀다. 행진곡 리듬과 드럼·트럼펫 소리가 어우러진 전주곡에 술잔을 든 젊은이들의 착잡한 심정을 대변했다 
데뷔 앨범과 첫 독집에서 연이어 히트곡을 낸 최백호는 1977년 MBC 10대 가수 시상식에서 최우수 남자 신인상을 수상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입영전야

 

'영일만 친구’는 1979년 발매된 <최백호 골든디럭스 1집>에 수록되었다. 이듬해 최백호는 이 곡으로 언론통폐합으로 사라진 <동양방송>(TBC)의 1980년 마지막 방송가요대상에서 남자가수상을 받았다. 

'영일만 친구'는 최백호가 포항의 한 여관방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다 만든 곡으로 알려졌다. 그의 절친했던 친구로 후에 울산 MBC 라디오 PD가 되고 시인으로도 활약했던 고 홍수진이 노래의 주인공이다. 
1978년 홍수진은 포항에서 음악다방 DJ로 일하고 있었다. 당시 두 사람은 영일만의 술집에서 만나 유신 독재 말기의 암울한 시대상에 대해 얘기하다가 여관방으로 자리를 옮겨 '영일만 친구'를 만들었다. 최백호의 회고에 따르면 “ '영일만 친구' 는 혹독한 유신 정권 하에서 패배주의와 무력감, 비애에 빠진 젊은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한 메시지였다”고 한다. 

 

 

 

 


이 노래는 부산의 ‘부산갈매기’, 인천의 ‘연안부두’, 목포의 ‘목포의 눈물’처럼 포항을 상징하는 노래가 됐다. 축구 케이(K)리그 포항 스틸러스 응원가이기도 하다. 

톱 가수 반열에 오른 최백호는 가요제가 한창 무르익을 1979년 인기 록 그룹 산울림, 사랑과 평화, 인기 가수 김만준, 전영 등과 함께 대학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가요계를 휩쓸며 주류를 이루던 트로트 가요를 밀어내고 새바람을 일으켰다. 

 

 

고독

 


1983년에 발매한 앨범 <바람 / 고독>에서 수록곡인  '고독'이 MBC 10대 가수상, KBS 가요대상 남자가수상을 수상하여 정상에 올랐다. 

1980년에는 김자옥이라는 스타 여배우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러나 짧은 결혼생활 후 이혼을 하게 되었다. 오래지 않아 최백호는 1984년 재혼을 하고 대중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가수로서의 인기도 예전 같지 않게 된다. 생계를 위해 업소를 전전하던 어려운 생활 중 득녀로 인하여 안정된 수입을 원했던 그에게 미국에서 한인방송국인 라디오코리아 DJ 제의가 들어오게되며 결국 도미하게 되었다. 1990년 2월에 귀국하여 활동을 재개했다.  

 

 

 

 

1994년에 발매한 '낭만에 대하여'는 삶의 허무와 지나간 시간에 대한 미련을 담은 라는 곡으로 발매당시에는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으나  KBS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에 삽입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96년 티비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을 집필하던 작가 김수현은 자동차에 타서 라디오를 켰는데 그때 마침 '낭만에 대하여'가 흘러나왔다.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 대목이 나오자 ‘야, 이건 뭐지?’ 싶어서 다음날 PD에게 알아보게 한 뒤에 당시 화제작이었던 ‘목욕탕집 남자들’에서 탤런트 장용이 부르게하여 폭발적인 반응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1996년에는  '낭만에 대하여'로 KBS 가요대상 작사상을 수상했다. 1996년 10월 중순에 가요톱10의 순위권에 진입한 적이 있는데 최고 순위는 17위였다. 

최백호는 전설의 히트곡 ‘낭만에 대하여’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는데 한국으로 돌아온 최백호가 우연히 설거지 중인 아내를 바라보다 “내 예전 여자친구들도 별수 없이 설거지하고 살고 있겠지?”라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고, 그 생각에 힌트를 얻어 ‘낭만에 대하여’를 쓰게 됐다는 것이다.  

'낭만에 대하여'는 평범하게 늙어간 이 시대 아버지들의 감성을 대변한다. 이 노래는 중장년 남성들을 ‘궂은 비 내리는 날 색소폰 연주를 들으며 도라지 위스키를 마시던’ 옛날식 다방의 추억으로 인도하는 블랙홀이 되어줬다. 

이 노래의 가사에 대해 최백호가 직접 개인적인 기억들을 밝혀주었는대 이곡은 1972년 당시의 기억으로 쓰여졌다고한다 
궂은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라는 가사에 나오는 다방은 지금은 없어진, 동래시장 올라가는 중간에 있던 허름한 다방. 제대한 다음해 1972년 봄 비가  많이 와서 우연히 다방에 들어갔다. 손님이 하나도 없어서 LP판으로 음악을 들었고 단골이 됐다. 

도라지 위스키 한잔은, 당시 다방에서 몰래 팔던 주류였다. 위티(위스키+티)라고 해서 홍차 한잔에 작은 잔으로 위스키를 곁들인 것이었다. 당시에 흔히 볼 수 있었던 다방 풍경이었다. 

그런 기억들이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에게 실없이 던지는 농담 사이로'로 채색되어 나왔다. 하지만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에는, 그가 그 시절 희구했던 어떤 열망이 간주처럼 연주되고 있지 않은가. 

2절에는 다방에서 부두로 세트장이 옮겨진다. '밤늦은 항구에서 그야말로 연락선 선창가에서'는 부산3부두의 기억을 담았다고 한다. 이곳엔 부산에서 시모노세키를 오가는 연락선이 정박했다. 한 일본인이 자전거여행을 왔다가 크게 다쳤는데, 친구 병실에 함께 있던 그와 친해졌다. 그가 떠나면서 펑펑 우는 걸 기억하며 쓴 가사이다.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라는 가사는 미술학원 다닐 때 만난 친구 여친의 친구에대한 가사로 딸기밭에 같이 가서 첫눈에 반해 1년 정도 사귀었다고한다.  

 



노래 가사에 나오는 ‘도라지 위스키’는 일본 주류회사 산토리가 만든 ‘도리스 위스키’ 이름을 살짝 도용한 술이었다. 일본의 패전으로 ‘도리스 위스키’가 우리나라에서 판매 금지된 뒤 국내 한 양조사가 비슷한 이름으로 만든 술이었다. 1956년부터 생산됐지만, 위스키 원액을 첨가하지 않은 ‘도라지 위스키’는 1970년대 국내 위스키가 잇따라 나오면서 1976년 단종됐다. 

사실 이 노래가 실린 음반이 그가 낸 음반 가운데 가장 많이 팔렸다고한다. 1996년 그해에만 어림잡아 35만장가량이 나갔다고 추정 된다. 그런데 그는 음반을 낼 당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탓에 500만원을 받고 제작사에 판권을 넘겨버렸다. 따라서 판매량에 비례한 수입을 기대할 수 없었던 노릇. 나중에 제작사로부터 고작 500만원을 추가로 받았을 뿐이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SBS 러브FM에서 매일 밤 10시5분부터 12시까지 전파를 타는 <최백호의 낭만시대>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본래 SBS 러브FM 특성상 수도권에서만 방송되는 프로그램이었지만, 방송 진행 도중인 2016년 5월 10일에 고향인 부산에 위치한 KNN 러브FM을 개국하면서 부산에서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박주원 - 방랑자 (feat. 최백호)

 


2011년 11월 8일에 발매된 박주원의 2집 앨범 '슬픔의 피에스타'의 수록곡 중 '방랑자'의 피처링으로 참가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음악적 성격을 기존의 트로트 풍에서 라틴 재즈 및 보사노바 풍으로 바꾸는 시도를 하였다. 2012년 10월 29일에 발매한 복귀 앨범 <다시 길 위에서>를 통해 팝 재즈, 누에보 탱고, 집시 스윙 등의 월드 뮤직 요소를 적극 수용한 음악들을 선보여 대중과 평론가로부터 호평을 얻었다. 

 

2013년에는 아이유의 '아이야 나랑 걷자'에 피처링으로 참여하였다.

 

 

에코브릿지 - 부산에 가면 (With 최백호)

에코브릿지 등 후배들과의 인연도 터닝포인트가 됐다. 라디오 방송하며 만난 기타리스트 박주원씨가 에코브릿지에게 곡을 받아보겠냐고 권했다. 곡을 들어보니 마치 내가 쓴 것 같았다. 가사에 고향인 부산이 나오고, 어린 시절 첫 사랑인 ‘머리 긴 여자애’가 등장하고…. 에코브릿지가 나를 열심히 연구를 했다더라. 그 노래가 에코브릿지의 앨범에 실린 ‘부산에 가면’이다. 또 다른 에코브릿지의 곡 ‘바다 끝’은 내가 녹음 하고 나서도 객관적으로도 ‘와,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바다 끝

 

BTS 뷔는 최백호가 2017년 발매한 ‘바다 끝’을 팬들에게 추천하며 "힘이 들 때 위로를 받는 곡"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뷔의 이 한마디에 ‘바다 끝’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22년에는 <찰나 (刹那)>로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보여주었다. 2023년 <최백호의 낭만이즈백 시즌 3>에서는 지코, 콜드, 죠지, 타이거 JK, 정미조, 정승환등 은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청사포', '노래해요', '낭만에 대하여(Feat. 수연)' 등 새로운 감성으로 자신의 대표곡들을 재해석했다. 

최백호는 2023년 초 산문집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를 발간했다. 그는 이미 몇몇 신문 칼럼도 많이 쓴 바 있다. 그러던 중 출판사 측의 제의를 받아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를 쓰게 된 것이라고 한다. 

 

 

최백호 - 기다려야지 I SBS 모범택시3 (TAXI DRIVER 3) OST Part.3

 


2025년에도 변함없이 음악적 열정을 불태우며 새로운 OST '기다려야지'(모범택시3 OST Part.3)와 '희망의 나라로' (폭싹 속았수다 OST)를 선보인 최백호. 언제나 변하지 않는 낭만의 목소리로, 우리 곁에서 인생의 희로애락을 노래하고 있다.